사과의 쌩얼 - 그 참을 수 없는 존재

자연은 아름답다.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연은 더욱 신비한 곳이다.
자연의 아름다움-햇살과 거미줄

자연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도심 한 켠의 작은 공원과 같이 사람의 손이 항상타는-박제되어 전시된 자연은 항상 아름답다.
하지만 자연에 가까이 갈수록 사람들은 불편을 느낀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햇빛을 반사하는 거미줄도, 나무사이를 산책하면 얼굴에 달라붙어 귀찮게하는 존재일 뿐이다.


자연은 아름답지 않다.


추석 무렵이면 보기에도 먹음직스런 빨간색, 파란색 햇사과들이 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 먹음직스런 사과들은 자연의 선물이 아니다.
사람들이 몇 십년동안 만들어 낸 농업 과학의 산물이다.
연구소에서 탐구한 결과물을 공장에서 만들듯이 과수원에서 만든 것이다.
사과의 쌩얼
자연상태에서 자란 파란 사과의 모습
기미도 있고, 주근깨도 있고, 작은 벌레도 붙어 있고.
과수원 주인이 농약을 뿌리고,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면 어린 열매에 봉지를 씌워 먼지와 벌레가 붙지 않게 하고 껍질도 햇빛에 심하게 그을리지 않게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공기 좋고 물좋은 자연에게 사과를 맡기면 저렇게 쌩얼의 사과가 된다.
겉 모양은 예쁘지 않지만 속은 건강한 사과가 된다. 물른 맛은 없다.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사과가 되려면 사과나무는 지속적으로 스펙 관리를 해야 한다.
자연이 만드는 결실인데 전혀 자연적이지 않은 것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아름답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자연적이지 않은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 자연과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심지에서 공부를 하고, 자연을 모방한 자연에서 자연을 즐기고, 자연적이지 않게 자연에서 추출한 각종 화장품으로 관리해야 피부도 고와지고,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식욕도 억제해야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자연과 하나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노래하는데, 그들이 걸어가는 발자취는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더 이상 자연은 아름답다고 말하지 말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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